무박 3일 42시간 발명 마라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컬처현장] 국립광주과학관 '메이커톤'대회 가보니
메이킹+마라톤='메이커톤'
42.195㎞ 뛰는 마라톤처럼 42시간동안 시제품 제작
3D 프린터ㆍ공구 등 활용 기획ㆍ설계ㆍ제조 제품 완성
교사ㆍ학생 등 66명 참가 아이디어 공유의 장
2015년 05월 19일(화) 00:00
지난 16일 국립광주과학관 \'메이커톤\' 대회 참가자들이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스마트 기기를 만들고 있다. 박수진 기자
지난 16일 광주광주과학관 3층 과학실에 13개의 텐트가 세워졌다. 바로 옆에 자리한 창조실에는 고교생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밤을 지새우며, 쉴 틈없이 전자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컴퓨터 CAD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품을 설계하고, 고안한 도면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보조장치를 이용해 센서와 부품을 연결시켰다. 참가자들의 머릿속을 맴돌던 아이디어는 어느새 어엿한 제품으로 탈바꿈 하고 있었다. 밤을 지새웠지만 모두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는 지난 15~17일 호남지역 최초로 열린 광주과학관 메이커톤 대회 현장이다. '메이킹(ma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인 메이커톤 대회는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처럼 42시간 동안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해 실용적인 시제품을 제작하는 행사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 66명이 5인 1조로 팀이 구성됐다. 3D 프린터, 납땜 용품, 아크릴, 합판, 전동공구, 가속도 센서 등 주최측에서 제공한 재료를 활용해 기획ㆍ설계ㆍ제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에서는 만져볼 수 있고 실제 구동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기 때문에 실제 사업화 직전 단계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창업을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이 대거 참여했다.

조선대학교 창업동아리 선ㆍ후배들로 구성된 1팀은 '나도 박신양이야'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노래음을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해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기계음을 피아노로 연주시켜 아날로그 음악으로 듣는 것이다. 연인에게 멋진 프러포즈를 기획하고 있지만, 피아노를 연주하지 못한 일반인과 작곡을 하는 음악가 모두에게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다. 1조 팀장 최상일(조선대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 1년)씨는 "1년 전 서울에서 열린 '창업 동아리' 공모전에 참가했던 경험을 살려 제품을 고안해냈다"면서 "그동안 서울ㆍ경기도 등 타 지역에서만 대회가 열려 아쉬웠는데, 이러한 대회가 광주에서도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안전, 보안 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많았다. 7조가 고안해낸 치매환자들을 위한 스마트 기기가 대표적이다.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활용해 이상 상황이 생기면 위험을 감지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치매환자들에게 간단한 신상과 연락처가 기입된 전자시계를 부착한 뒤 일정거리를 벗어나면 화면에 자동으로 정보가 전달된다.

이 팀(7조)에는 고등학생 참가자도 있었다. 엔지니어를 꿈꾸고 있는 정재우(영등포고 2년)군은 거리 측정 센서를 만들고 있었다. 정 군은 "엔지니어를 꿈꾸고 있는데, 이러한 대회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상상하던 것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점이 신기하다"면서 "특히 고가인 3D프린터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1조를 제외한 조는 제조 아이디어가 있거나 디자인, 프로그래밍, 마케팅 등에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일반인들이 개별적으로 신청, 5명씩 팀이 꾸려졌다.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 됐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교사도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참여했다.

강승훈 교사(36ㆍ휘경공고 기계과)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신선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다. 학교에서 그동안 실습 수업과정에서 아이디어에 한계를 느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7시, 42시간이 지난 뒤 스마트 기기 13대가 만들어졌다. 각 조가 시제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무박 3일 간의 여정이 끝이 났다. 메이커톤은 일반인에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장을 열어줌으로써, 창의성이 실제 상품으로 이어지도록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