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한국사를 반대하는 이유
2014년 10월 08일(수) 00:00 |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사고력을 위해 25여년 넘게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쳐온 역사교사이다. 그동안 몇 번의 교육과정이 바뀌고, 그에 따라 국사교과서도 몇 번의 변천해온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봐 왔다. 교과서의 발행 체제는 크게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로 나눠지는데, 국사는 그 중요성 때문인지 검정, 국정, 다시 검정 체제의 과정을 겪어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교과서의 명칭도 '국사, 역사, 한국사'라는 이름으로 변화하여 왔는데, 현재는 중학교에서는 '역사', 고등학교에서는 '한국사'로 변경되어서 '국사'라는 과목은 공식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이러한 '한국사' 과목을 국정체제로 변경하려고 공청회 및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보급하려던 뉴라이트들은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제는 국정의 교과서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집필과 편찬은 물론 수정과 개편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독점적인 교과서다. 한국사교과서의 국정은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 역사를 왜곡해 서술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헌법적 가치인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정권이 필요로 하는 역사인식을 독점하겠다는 발상에서 기인한다.
한국사의 국정 발행을 반대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제시하자면, 첫째로 국정교과서는 '위험한' 교과서이다. 최근에 국정제 추진 세력이 주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민족의 화해 협력 노력을 폄하하고, 성장제일주의를 지향하는 교학사 교과서 지지자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국정교과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질 낮은' 교과서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인 국정제를 통해 경직되고 획일화된 역사교육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국정제는 여러 종류의 교과서 중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교재 선택권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국정교과서는 '부끄러운' 교과서이다. 보수 진영 중에서도 일부만 주장하는 국정제는 북한을 비롯하여 극소수 국가에서나 실시하는 제도이며, 경제 선진국이나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국정제를 추진하는 나라가 없다. 글로벌 시대에 다양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국정제를 추진하는 것은 창피하고 망신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교과서이다. 역사는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고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함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목이다. 국정제는 지식을 암기하는 역사수업으로 이어져 생각하는 힘을 무더지게 할 수 있으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할 아이들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죽어있는 교육을 의미한다.
모름지기 역사교육은 올바른 역사의식과 정체성 확립을 그 목표로 한다. 과거의 경험과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조명하는 교육이다. 또한 사건의 시시비비를 살피고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여하는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은 물론이고 역사교과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되어야 하고, 민주성과 합리성을 갖춘 사건과 내용을 담아나야 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는 최소한 검정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자율 발행제로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한국사 교과서를 퇴행시키지 말고, 역사전공자들과 현장 역사교사들에게 맡겨주었으면 한다.
김남철 전남과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