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운천골, 사랑 내리는 바리스타들
■ "청소년ㆍ장애인ㆍ미혼모… 모두 오라" 올래 카페
교육 걱정하던 평범한 주부들
마을기업 '행복가족조합' 결성
놀곳 없는 아이들 쉼터 만들고
2014년 09월 17일(수) 00:00
향긋한 커피 한 잔이 어려운 이웃들과 청소년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커피 판매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 카페가 지난 13일 광주 서구 운천골에서 문을 열었다. 카페 이름은 '모두가 오라'는 뜻을 함축했다는 '올래(來) 카페'(사진). 청소년들의 쉼터이자 여성장애인, 미혼모, 생계가 어려운 주부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행복가족 협동조합 올래 카페 마을기업'인 올래 카페가 운천골에 생겨나게 된 까닭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구 금호동, 쌍촌동, 화정동 등에 사는 주부들의 작은 수다 모임이 시작점이었다.

주부들의 화제는 항상 자녀들이었고 놀 곳이 마땅치 않아 늘 PC방을 찾는 것을 걱정했다. 이들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래서 탄생했던 것이 '작은 도서관'.

이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놀이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 한번 머리를 맞댄 결과가 바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여성장애인, 미혼모,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카페 같은 쉼터였다.

기회는 왔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마을기업'사업 공모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 주부들은 공모 신청 첫째 요건이 '협동조합'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결성에 나섰다. '행복가족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다.

이들은 지난 3월 마을기업 신청서를 내고 밤낮으로 선정을 위해 노력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심사를 하고 6월 초 최종선정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주부들의 작은 희망사항이 현실로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뜻하지 않는 행운도 뒤따랐다. 최근 금호동 CBS방송국 인근에 건물을 신축한 '행복가족 협동조합 올래 카페 마을기업' 한 조합원이 선뜻 20평 규모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해준 것. 마을기업 지정 1차년도에 최대 5000만원을 지원받게 된 올래 카페는 줄인 임대료 비용을 청소년 체험문화 프로그램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올래 카페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여성과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말 청소년 카페 운영, 청소년 체험 문화프로그램, 벼룩시장 등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양정하 행복가족 협동조합 올래 카페 마을기업 대표는 "올래 카페는 청소년들의 쉼터 같은 카페로 비행 청소년 들의 상담은 물론 부모들을 위해서도 상담을 하는 곳이다"며 "여기에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부나 학생들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앞으로 마을기업 본연의 임무인 일자리 창출에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국진 기자 gjg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