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송하동 컨테이너 거주자에 관심을"
장애인ㆍ교도소 출소자 등
26개 가건물 60여명 생활
빗물 새고 냉난방 어렵고
화장실 등 제대로 안갖춰
최소 인간적 삶 지원 절실
대책위 "기초수급비 조사"
2014년 03월 18일(화) 00:00
서울 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광주 남구 송하동 미인가 컨테이너 시설에서 한 거주인이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1980년대 초, 교도소에서 출소했다는 이유로 일반 노숙인 시설 등지에서 외면받은 출소자와 장애인 등은 비와 눈이라도 피할 목적으로 광주 도심 외곽인 남구 송하동에 가건물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는 26개의 컨테이너에 60여 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유일한 거주시설인 컨테이너는 노후돼 빗물이 새고 냉ㆍ난방이 쉽지 않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거주인들의 불편이 심화되고 있다.

치안상황도 좋지 않아 각종 사건ㆍ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11월 방화로 시설 생활인 중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0년 7월에는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이 숨진채 발견됐고, 2011년 2월에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남구 송하동 미인가 컨테이너 시설(이하 송하동 미인가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출소자 등이 광주시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송하동 미인가 시설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시가 진정한 '인권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거주지 없이 생활하는 장애인과 출소자에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송하동 컨테이너 생활인들은 구금시설에서 출소한 뒤 사회 복귀를 위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한평 남짓한 공간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염건이 광주장애인재활지원센터 실장은 "시설 생활인들은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로 원룸 등을 얻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설이 열악해도 컨테이너에서 지낸다"며 "월 이용료 명목으로 25만원인데 이 돈이 이들을 위한 생활비로 사용되고 있는 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김용목 목사(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장)는 "수십여 년간 문제가 제기됐으나 그동안 시민단체도 침묵해왔고, 행정기관 역시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며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강운태 광주시장과 면담을 통해 지원 방안을 마무리짓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실태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도 송하동 미인가 시설 생활인들이 인간다운 삶의 공간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나설 방침이다. 우선 이들의 자활계획을 수립한 뒤, 컨테이너 이용료 등으로 가져간 기초생활수급비 사용 실태조사를 관할 경찰서 등에 의뢰할 예정이다.

박찬동 (사)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장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생활비가 20만~40만원인데 이 돈이 실제 이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게 사용되는지 의심스럽다"며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안정적인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광주시가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