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농토 아닌 해양자원"…직ㆍ간접 이득도 막대
전남도 역간척 사업 배경과 전망
2014년 02월 19일(수) 00:00
강진군 칠량면 일원에 위치한 장계간척지는 지난 1975년 완공된 간척지로 제방길이가 1700m에 달한다. 제방 바깥 쪽으로 수 십 년간 퇴적물이 쌓이면서 간척지보다 해수면이 높아 매년 염해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어족자원 소멸ㆍ악취발생
수질악화ㆍ퇴적물 오염 등
간척으로 득보다 실 더 커

전세계 갯벌 중요성 인식
獨 간척금지ㆍ美日은 복원
해양자원 개발 '시대흐름'

성공땐 세계적 관심 집중
주민 반대 '넘어야할 산'
도민 의견수렴 성공 관건


간척의 대상이었던 갯벌이 요즘은 보존ㆍ복원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심사다. 갯벌을 메워 육지로 만드는 것보다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게 더 가치가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갯벌 자원은 세계적이다. 경제적 가치를 연간 16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전남은 무려 6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서 여러 차례 역간척 사업을 추진했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전남도는 실패한 원인이 됐던 보상 문제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성공적으로 역간척을 이룬다면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전국 최초의 갯벌복원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왜 역간척(逆干拓)인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간척'은 자랑스러운 단어였다. 좁은 국토를 한 뼘이라도 늘려 부족한 식량(쌀)생산과 개발논리에 의해 갯벌은 매워졌다. 대규모 간척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갯벌의 40%가 매립됐다.

하지만 생태계 파괴로 어족자원의 소멸, 악취 발생, 수질 악화, 퇴적물 오염, 기수역 파괴 등 얻은 만큼 잃는 것도 많았다.

결국 '간척'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맞물려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2000년대 들어 갯벌의 중요성은 전세계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전남도가 '역간척' 사업을 추진하는데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도의 역 간척 사업은 환경오염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물의 흐름을 막고 농토를 확보하는 간척사업보다 이를 허물고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는 갯벌의 가치가 논의 250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전 세계도 이미 갯벌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1980년대 이후 간척사업을 법으로 금지했고 일본, 미국 등지에서도 매년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갯벌은 수산물 생산과 관광 수입 등 직접적인 이득도 만만찮지만 수질 정화나 재해 완충 기능 등 간접적인 이득도 막대하다.

전남도 관계자는 "갯벌의 가치를 인식하고 21세기 해양전략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서 역간척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결과제도 산적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역간척 사업은 국내에서 이미 시도됐지만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다.

과거에는 간척의 대상이었던 갯벌이 수질정화나 재해 완충기능, 수산물 생산 및 관광수입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더 유리하다는 시각으로 역간척 사업이 논의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간척사업에 수 천억 원대 비용이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간척은 이미 투입된 자본이 무용지물화될 뿐만 아니라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하므로 충분한 사전논의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역간척 사업 추진에 나선 전남도는 과거 국토교통부가 전국 최초로 지난 2009년 진도군 소포리에서 있었던 역간척 사업 백지화 사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당시 국토부가 역간척 사업 첫 대상지로 선정했던 진도군 지산면 소포리 대흥포 방파제 인근은 주민 반대와 정부의 간척지 매입 난색에 부딪혀 무산됐다.

주민들의 반대는 사유화돼 농지로 이용되던 간척지에 대한 매입과 영농보상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자연환경신탁회사를 통해 '관광지 개발 후 이익금을 지역에 환원하겠다'는 대안만 내놓은 상태였다.

역간척 사업이 진행될 경우 논 80㏊가 사라지면서 일터가 없어지지만 관광지 개발 후 이익금을 환원하겠다는 정부방침에 주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간척 사업을 시행하고 간척지 땅 전체를 현금으로 사들인다면 동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했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성공여부 따라 전남도 '위상 ↑'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전남도의 역간척 사업은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걸림돌로 여겨졌던 간척지 농가에 대한 생계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데다 기능이 상실된 노후 간척지라는 점도 성공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막대한 보상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관광지 개발 후 이익금 분배는 주민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도가 추진하는 역간척사업은 수익성이 낮은 농지에서 수익성이 높은 어장으로 바꾸면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갯벌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전남의 이미지 상승과 더불어 전세계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사회가 원하는 요구가 다른 만큼 농토를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의 미래는 해양자원이 중요시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역간척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지만 갯벌 복원을 통해 얻어지는 가치가 큰 만큼, 도민의 의견 수렴을 통해 성공적인 역간척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sskim1@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