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가게 문닫는 광주 충장로
임대료, 개장 당시의 30% '뚝'
쇼핑몰 50% 빈점포…지하상가도 썰렁
2009년 12월 01일(화) 00:00
30일 광주 동구 A쇼핑몰. 연말 특수를 알리는 떠들썩한 분위기는커녕 빈 점포만 즐비했고 손님들의 발길 역시 뜸했다.

지난 2001년 처음 문을 열었던 당시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년 전, 쇼핑몰에 입주해 있던 극장과 찜질방이 빠져나가면서 매장은 텅텅 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지하 3층ㆍ지상 11층(연면적 114411㎡) 규모지만 영업을 하고 있는 점포는 40여개에 불과하다. 공실률은 이미 50%를 훨씬 넘었다.

임대료도 3분의 1로 줄었다. 오픈 당시 점포 1개 당 관리비를 포함해 임대료가 150만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52만5000원이다. 임차인 유치를 위해 5년 단위로 임대해주던 것을 6~12개월로 바꿨다. 그래도 들어오겠다는 업주가 없는 상황이다.

영업 중인 점포보다 빈 매장이 더 많아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구도심으로 전락한 동구를 지키던 A쇼핑몰은 3년여 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A쇼핑몰 관계자는 "몇 군데 업체가 매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 탓인지 실제 계약을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A 쇼핑몰은 최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재고 의류를 파는'땡처리' 업체에 매장을 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기적인 수익이 아니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구 충장로ㆍ금남로 일대 점포들에게 '연말 특수'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건물마다 1~2층 정도만 영업을 하고 있을 뿐 그 이상으로는 빈 매장이 태반이라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충장로 중심가를 점령했던 로드숍들이 빠져나가면서 빈 자리를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이 차지하고 있다.

삼일 부동산 관계자는 "충장로 일대 임대료는 3년 전과 비교해 20%가량 떨어졌다"며 "학생들이 주로 찾는 식당이나 일부 보세의류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극심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금남로 지하상가의 경우 174개 점포 중 50개가 빈 점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영업 중인 점포들도 계속되는 매출 하락으로 관리비를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충금 지하상가는 빈 점포는 없지만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금남로 지하상가 관계자는 "점포 1개(19.8㎡ 기준)당 11월 관리비가 30만원 가량인데 장사가 안돼 지불하지 못하는 매장이 많다"며 "1개월 체납은 기본이고 2개월까지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충장ㆍ금남로 일대 주요 소비층인 10~20대가 부담없이 찾는 커피숍. 충장로의 썰렁한 분위기에도 그나마 활기를 갖던 커피숍들도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N 커피숍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떨어졌다"며 "경기침체와 함께 구도심을 지탱하던 20대들이 유스퀘어로 이동하면서 손님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장ㆍ금남로 일대 매물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삼일 부동산 관계자는 "매물로 내놔봤자 사려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구는 한정됐는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다 보니 일어난 당연한 결과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kimj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