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한글날…전남대 한국어 강좌 르포
"사투리 있는 한글 진짜 좋당께"
중국 등 30개국 350명 "가갸거겨…"
"배울수록 과학적" 국문학 진학도
중국 등 30개국 350명 "가갸거겨…"
"배울수록 과학적" 국문학 진학도
2009년 10월 09일(금) 00:00 |
![]() 훈민정음 반포 563돌인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전남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러 온 러시아 등 외국 학생들이 한글 단어 찾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국경원 기자 kwkuk@jnilbo.com |
"긍께. 나도 그런적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었지."
4명씩 조를 이룬 학생들이 한국의 결혼문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에 사투리까지 섞어 말하는 것이 영락없는 전라도 대학생이었지만 사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온 외국 학생들.
8일 오전, 50여분의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의실에서 수십명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한국인과 흡사한 외모의 동양인부터 노란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서양인, 머리에 히잡을 두른 아랍여성까지. 국적이 다른 이들의 의사소통 수단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다.
30개국에서 온 350여명의 외국 학생들은 하루 4시간씩 1주일에 5회 전남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글을 배운다. 중국 학생들이 250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면서 한글 열풍이 불고 있는데다 영어능력시험과 함께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은 초급과정부터 고급과정까지 1년 정도 한국어 강좌를 듣는다.
한국어 강좌 초급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 요수성(20ㆍ여)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한글공부를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의 매력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한글의 독창성을 더 공부해 보고 싶어 한국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반 급우 쪼우징(20ㆍ여)씨도 "결국 말의 기능은 '나의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라고 생각되는데 한글에는 다양한 표현력을 지닌 어휘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글의 우수성을 부러워했다.
고급단계의 수강자들도 한글의 우수성과 매력에 대해 극찬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들은 특히 지방색이 묻어나는 '사투리'가 한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국어국문학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닉 트롬프(23ㆍ뉴질랜드)씨는 "4년 전 뉴질랜드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면서 한글에 흥미를 느꼈고 틈틈이 독학했다"며 "한글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에 감탄했는데 한국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부터는 '사투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적인 언어인만큼 고급단계로 갈수록 어려워져 낙오자가 속출할 법도 하지만 실상 한글이 어려워서 중도포기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는 게 언어교육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 관계자는 "매 학기마다 400여 명에 가까운 외국 학생들이 이곳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료하지만 배움이 어려워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한글을 배우면서 국어국문학으로 전공을 돌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지 기자 sj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