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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군부 정권 시절에는 군 출신이 거의 세습이라고 할 정도로 권력의 요직이나 사회 각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으며 집권층과의 인맥을 통해 실세로 군림했다.
예를 들면 1988년 제5공화국이 끝날 때까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를 군 출신이 지배했다. 군 정보기관인 보안사와 기무사는 정치 사찰로 군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했다.
특이한 점은 박정희 정권에서 대학교수, 언론인, 문화계 인사가 정부에 많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지식인은 정부 내에서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피고용자, 혹은 아웃사이더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정말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것은 군인 출신이었다고 지적한다.
책은 학연과 지연에 바탕을 둔 사조직의 폐해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손영길, 권익현, 최성택, 김복동 등 영남 출신 육군사관학교 11기생 7명이 5·16 직후 7성회를 만들고 일심회(개명 후 하나회)로 확대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하나회는 새로 포섭된 회원의 가입 의식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친다. 선후배 동료들에 의해 합의된 명령에 복종한다. 회원 상호 간에 경쟁하지 않는다. 이상의 서약에 위반할 시는 ‘인격 말살’을 감수한다”는 선서를 받았다고 한다.
책은 12·12 군사 반란을 거치며 권력의 핵심으로 대두했다가 문민정부 출범 후 척결 대상이 된 하나회가 사적 욕망에 사로잡힌 정치 장교들의 모임이라고 풀이하고서 가입자 중 역대 육사 수석 졸업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보도와 관련한 보안사의 기사 검열을 거부하며 자유 언론 투쟁을 벌이다 강제 해직당하는 등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말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하나회의 궤적을 떠올렸다면서 “정치 군벌 하나회와 30년간의 군부 통치가 지금 우리에게 남긴 유산에 대해 더 명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당부한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